익명 · 7/15 02:12
<유럽횡단특급>
이은성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열차 안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또 다른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최근 인생이 너무 재미없다고 느끼고 있던 저에게는 무척 흥미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이야기의 전개 방식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즉흥적이기 때문에 때로는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그 문제를 지적하고, 다시 이야기를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기존 영화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이야기 속 남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성적인 인물처럼 보이지만, 자유를 갈망한다기보다 자신의 자유가 구속당하는 상황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성적 취향은 구속이라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감시당하는 상황에 놓이자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충동을 드러냅니다. 그 충동이 타인에 의해 촉발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원래부터 그의 내면에 존재하던 욕망이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충동은 그를 잠시 감시에서 벗어나게 하며 해방감을 안겨주지만, 결국 같은 충동에 이끌려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가진 본연의 욕망과 모순적인 특성을 잘 드러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별점 5점을 주고 싶어졌습니다.
마지막 장면도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는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허구였음을 드러내며 끝이 납니다. 관객이 더 이상 상상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너무 허구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해학적으로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결말 덕분에 영화의 여운이 더욱 오래 남았습니다.
좋은 영화 만나게 해준 형준군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익명 · 7/3 07:58
나 김형준이오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진짜 감이 안잡히네요 이영화가 현대영화를 수도 없이 본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까요? 이 영화를 고를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근데 그냥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냥 제가 보고싶었기 때문이죠 근데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저항이라는 가치가 영화의 내용과 특징을 제외하고 어떤것을 말할 수 있을까요
사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저항이 작동될까요? 그리고 왜 우리는 저항을 자처해야 할까요 저항이란 이권을 지키기 위해 작동합니다. 내가 내는 소리가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반합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울프는 여권 신장을 위해 기존에 남성 중심적의 리얼리즘 기법을 버리고 의식의 흐름이나 시간의 재구성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담기 쉬운 새로운 형태의 문학을 생성한 것은 목적은 다르지만, 이 영화가 사용한 특징은 같아 보입니다. 이처럼 기존에 반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근데 이런말이 무슨의미가 있을까요 위인을 들어 말의 장벽을 공공히 하는것에 있어서 말이죠 그래서 이제 영화에 대한 글은 그만하겠습니다 그냥 영화를 보는편이 좋을것 같네요 다음달 부터는 더 좋은 영화 들고 올게요 고멘
익명 · 6/24 05:42
아무렇지 않은 얼굴 단편.
이은성입니다.
인물들의 담담한 표정과 말 속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 봅니다.
카메라로 인물들의 얼굴을 꽉 차게 잡은 장면이 많아서 그런가 싶은데 저는 계속해서 인물들의 눈치만 살폈습니다.
인물들이 지금 무슨 생각일까 궁금했습니다. 꽃을 사다 주거나 사전에서 여름에 관한 용어들을 읊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또 얘들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친해졌을까 같은.
반응을 끌어내고 싶고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데, 아무렇지 않은 얼굴 속에서 제가 느낀 것은 "아무렇지 않을 순 없을껄"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은 상태로 그냥 놔두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당연하고도 이기적인 생각보다 그냥 이해되지 않는 행동 속에서 느끼는 상황 자체의 매력이 이 영화의 장점이랄까요.
익명 · 6/20 16:50 · 수정됨
스컬 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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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솔직히 잘 몰라서 콩쿠르 김회장님이 보라고 했을 때도 잠이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아래에 적어놓으신 것을 보니 하마구치 류스케 형님이 일본에서 깨나 영화 좀 치신다는 형님인갑네요.
저도 2003년에 태어났고, 하마 형님의 첫 영화도 2003년 작(作)입니다. 예술이 탄생의 척도라면 나름의 우연을 붙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경마장에서 미야자키 군을 괴롭혔다고 말하는 철없는 남성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입니다. 연 나이로 25살의 감독의 초상은 어떻던가요?
저는 영화감독이 될 계획이 전혀 없지만 만약에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누군가가 겪는 첫 관문이 있다면 자신의 이미지를 타인을 통해서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꽤 미쳐 있는 짓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어린이에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맡기지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필름을 만든다는 행위는 주술성을 띤 포교이거나, 노련한 이의 노련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8mm 필름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점도 꽤 재밌습니다. 물론 지금도 돈만 낸다면 8mm 필름으로 뭐든 촬영할 수 있겠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요... 8mm 필름이 돌아갈 수 없는 세상과의 물리적인 단절을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지금은 화질 좋은 쉬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의 주변에서 기웃거리게 되는 까닭이 있고, 하마 형님이 이 점에서 탁월하게 8mm 필름으로 자신만의 문체를 만들어 내신 것 같네요.
그러나 작품의 1/4을 차지하는 여름에 관한 독백에서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게 솔직한 감상이고, 전 대단한 평론가가 아니라 그냥 영화만 보면 잠이 솔솔 오는 사람 중 한 명이니까요. 하하 오히려 거기까지 잠들지 않은 것이 더 대단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한 달에 한 편 보는 이 활동이 참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다음 영화도 눈을 크게 뜨고 보겠습니다.
익명 · 6/11 10:55
나 김형준이오
이제는 일본의 거장이 된 하마구치 류스케의 데뷔작이다. 도쿄대학 영화연구회에서 찍은 작품으로 8mm 필름을 사용하였다 감독들의 데뷔작을 본다는 것은 상당히 재밌는 일이다. 감독은 평생 단 한 편의 영화만을 만들고 그걸 여러 조각을 나누어 반복할 뿐이라는 르누아르의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작품도 결국 관계 속에 있다. 작품의 이름인 아무렇지 않은 얼굴처럼 그들의 관계에서 사랑을 전하기도 하고, 교내 폭력에 대한 사실을 증언하기도 하지만 모두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영화 자체도 인물의 깊은 내면이나 감정에 대해 다루기보다는 그 표면에 집중하는 영화이다. 그 장면이 돋보이는 장면은 단연 기차 안의 단어를 읊조리는 장면일 것이다. 길이로는 10분이 넘어가고 작품의 1/4을 자치하는 시퀀스다. 오카모토가 여름에 관련된 단어를 독백으로 이어간다. 하지만 그 단어들이 마쓰이의 표면만을 건들뿐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에서 독백(다른 영화에서 독백은 아니지만 홀로 길게 읊조림이라고 정정한다)은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연과 상상에서 교수님과 제자의 대화에서 제자가 교수님의 책을 낭독하는 장면은 그 책을 발화함으로써 교수의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이처럼 계속해서 서사적으로 관계와 우연의 확장에 대해서 말하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은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shyevvon · 6/8 23:40
하마구치 류스케의 데뷔 단편.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칙칙하다.
극적인 스토리랄게 없이 평범한 대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다. 화면 구성은 단조롭고, 일본어란 언어가 이렇게 차분할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잔잔하다. 8mm로 촬영된 탓에 화질도 거칠다. 단점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감정을 과잉 없이 담으려는 의도일 수도 있겠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막바지, 일본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을 나레이션으로 나열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여름에 관련된 단어가 아니다. ‘일본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특정한 단어들이다. 이 모든 단어에서 여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이 180도 달라지겠지만, 그 문화적 감각들을 공유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저 “일본의 여름이란 저런 게 있구나”하고 생각 하는 게 전부였다.